앞이 보이지 않아
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할머니께서 제게 이뤄놓은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고 제게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한탄을 하셨습니다.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 할머니는 제가 열심히 배운 영어를 보여드리고자 해도 잘 하는지 알 수가 있나 하며 그저 걱정만 하셨습니다. 이미 제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루저로 보시는 듯 했습니다.
처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를 달래보고 제가 내린 결정에 믿음을 가져보려 했지만 가만히 제 앞을 보려하는데 정말 앞이 보이지 않아 깜깜했습니다. 순간적으로 두려움도 몰려왔습니다. 그리고 그때 두려움은 주님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이 떠오름과 함께 갑자기 제 눈을 가리고 있던 것이 벗겨지며 앞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.
“아, 빛으로 가득해서 보이지 않는구나.”
깜깜해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제 앞이 빛으로 가득하여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. 앞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똑같았지만 어둠이라 속여졌던 제 길이 빛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. 사실 알게 되었다, 믿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제게 나타난 주님을 돌려 말하는 것입니다. 그때 저는 정말 제 눈을 가리게 되는 환한 빛을 보았습니다.
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라 살피고 살펴 확신하며 결정을 내렸지만 세상과 사람들의 말에 그때 가진 확신조차 흔들려 두려움이 몰려왔던 2010년의 어느 날 어느 밤, 누군가와 대화를 했던 것도 설교나 강의를 듣는 중도 아니었던, 홀로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제게 빛이 임했고 그 빛 사이에 내밀어진 손을 붙잡고 지금까지 걸어왔습니다.
지금도 제 앞길은 보이지 않습니다. 그래서 또 안심하기도 합니다. 똑같이 보이지 않아 겁이 날 때도 분명 많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며 미소 짓게 되고 다시 신뢰하게 됩니다.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환한 빛을 바라보고 있고 그 빛은 하나님입니다. 그래서 또 무엇이 펼쳐질지 모를 앞을 향해 기대하며 발을 또 내딛습니다.
하나님은 빛 그리고 나는 빛의 자녀
